칠레의 수도 심장 산티아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산티아고 공항이 확장되기 전 2019년 처음 칠레에 첫 발을 내디뎠던 순간이 생생하다. 내 기억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1980년대 중반의 대한민국의 색감이 칠레 공항에서 느껴진거다. 그리고 공항을 벗어나는 버스에서 바라본 산티아고 서민들이 살아가는 일상 풍경은 1970년대의 대한민국을 비디오로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멀리 보이는 안데스산맥의 만년설과 점점 모던하게 변모하는 산티아고 도심의 풍경은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1. 도입안데스 품에 안긴 거대도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단순한 정치·행정 중심지가 아니다. 
이 도시는 예술과 경제, 역사와 일상의 전선이 교차하는 칠레의 심장이다. 
눈 덮인 안데스 산맥을 배경으로, 고층 빌딩과 식민지 시대의 건물, 
노점상과 미슐랭 레스토랑이 나란히 서 있는 도시. 
여행자에게는 종종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산티아고는 그 안에 수많은 도시를 품은 ‘도시 속 도시’다. 
각 지역마다 다른 색채, 다양한 계층과 문화가 뒤섞이며 
라틴 아메리카 현대사의 축소판처럼 살아 숨 쉰다. 산티아고 센트럴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은 밤이면 작은 카라카스라고 불릴 정도로 우범지대가 되는데,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수십만명이나 대거 이동해 와 벌어지는 촌극이다.

2. 도시개요

산티아고는 칠레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대도시이며, 
산티아고 메트로폴리탄 주에 속한다. 
해발 약 520m 고도에 위치하며, 
서쪽으로는 해안 산맥, 동쪽으로는 안데스 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도시권에는 총 32개 꼬무나가 있고, 
비즈니스 중심지인 라스 콘데스(Las Condes), 
역사 중심지인 센트로(Centro), 
보헤미안 감성의 벨라비스타(Bellavista), 
중산층 거주지인 누녜아(Nuñoa), 
그리고 노동 계층 중심의 푸엔테 알토(Puente Alto) 등 
각기 다른 풍경과 사회 구조를 지닌 지역들이 퍼져 있다. 산티아고는 토발라바역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가면서 점점 가난해지고, 동쪽으로 갈 수록 점점 부자들이 많아진다. 관광객들이라면 센트로를 중심으로 해서 파트로나토까지 이동하는 루트가 있지만 그곳은 꽤나 빈번한 소매치기 등의 범죄가 있는 곳이라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반면 토발라바역 코스타네라센터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가면 건물과 도로 분위기가 다르고 사람들의 머리는 노랗고 눈은 파란 유럽계 칠레인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3. 역사식민지 수도에서 신자유주의의 실험장까지

1541년 페드로 데 발디비아가 세운 산티아고는 
오랜 시간 스페인 식민지 행정 중심지로 기능했다. 
독립 후에도 칠레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1970년대 피노체트 독재 정권 시기에는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의 현장이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 
외국 자본 유입, 급속한 도시 팽창 속에서 
빈부격차와 계층 갈등이 날카롭게 드러나는 도시로 변화했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진원지였으며, 
광장 이탈리아(Plaza Italia)는 ‘존엄의 광장’으로 재명명되었다.

4. 일상풍경대비와 균형의 공존

산티아고의 일상은 지역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오전 8시, 중심가 알라메다 거리에서는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고, 
외곽 꼬무나에서는 아이들의 등굣길이 비교적 느슨하다. 
점심엔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스테이크가 서빙되는 한편, 
푸드트럭에선 ‘콤플레토(칠레식 핫도그)’와 주스를 손에 든 이들이 도시의 리듬을 만든다. 
저녁이면 문화예술 중심지 벨라비스타에서는 공연과 거리 음악이 흘러나오고, 
중심가에서는 교통 체증 속 퇴근 행렬이 이어진다.

5. 인터뷰 – “산티아고는 이해보다는 체험해야 하는 도시예요

“이 도시는 단순히 설명할 수 없어요. 
여기서는 모든 게 동시에 일어나요.” 
— 펠리페, 베야비스타에서 공연을 하는 거리 예술가

펠리페는 예술로 생계를 이어가며, 
산티아고의 모순과 다양성을 그대로 표현한다. 
“한쪽에선 억울함을 외치고, 
다른 한쪽에선 웃음꽃이 피어요. 
산티아고는 감정이 명확한 도시예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혹은 둘 다 동시에.”

6. 주요명소

• 라 모네다 궁 – 칠레 대통령궁, 역사적 사건 다수 발생 
• 산 크리스토발 언덕 – 시내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인기 전망지 
• 벨라비스타 거리 – 벽화, 거리 공연, 레스토랑과 바 
• 센트로 시내 – 대성당, 국립박물관, 문화센터 집중 
• 파르케 메트로폴리타노 – 남미 최대 도심 공원 
• 바리오 이탈리아 – 인테리어 소품, 빈티지 카페, 디자인 숍 밀집 지역

7. 음식과문화

산티아고는 칠레 음식문화의 중심지다. 
고급 와인 바부터 저렴한 시장 식당까지 
전통 요리부터 페루·베네수엘라·한식까지 다채롭게 분포되어 있다. 
‘파블로 네루다 하우스’, ‘국립 미술관’, 
‘시립 극장’ 등 문화 인프라도 뛰어나며, 
매년 독립 영화제, 거리예술제, 국제 문학행사 등 
풍부한 문화 이벤트가 열린다.

8. 실용정보

• 공항: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 (SCL) 
• 교통: 지하철(7개 노선), 버스, 우버, 전기스쿠터 
• 치안: 중심가와 관광지 낮 시간은 대체로 안전하나, 
  밤 시간대엔 벨라비스타, 알라메다 등은 주의 필요 
• 숙소: 백팩커스 호스텔부터 5성급 호텔까지 다양 
• 계절: 겨울(6~8월)은 안개 많고 추움, 봄가을 추천

9. 마무리복잡하지만 뿌리 깊은 도시

산티아고는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속을 걷다 보면, 
서로 다른 삶과 역사가 한 도시에 섞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도시는 단지 수도가 아니라, 
칠레 그 자체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과거의 유산, 현재의 모순, 미래의 가능성이 
뒤섞여 만들어낸 라틴 아메리카의 축소판. 
산티아고를 여행한다는 건, 칠레의 진심을 경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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