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북부의 고지대 도시, 사막과 삶이 교차하는 현장 그곳이 바로 알토 오스피시오 Alto Hospicio
1. 사막 위에 지어진 계획도시
알토 오스피시오에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도시가 아닌 ‘현상’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도 약 1,000미터 위, 이키케 시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올라오면 펼쳐지는 이 도시는 끝없는 사막과 맞닿아 있다. 마치 심시티 게임이 현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나의 첫 인상이었다. 황량한 사막에 나만의 도시를 건설하면 느껴지는 그 기분이 바로 여기 눈앞에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건조하고 황량한 풍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삶을 일구었고, 도시에는 외면과는 다른 내면의 역동성이 숨 쉬고 있다. 이곳은 ‘극한의 땅 위에 세워진 칠레노들의 도시’다.
2. 도시개요
알토 오스피시오는 타라파카 주에 속하며, 이키케 바로 위쪽 고지대에 위치한 신흥 도시다. 우리가 지리시간에 배우던 바로 그 위성도시, 배드타운의 기능을 위해 건설된 도시다. 2004년 건설되었고 최근 몇십 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현재 인구는 약 12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이키케의 주택 부족 문제를 대체할 대규모 거주지로 개발되었다.
지리적으로는 아타카마 사막의 일부에 속하며, 고도가 높고 강수량이 거의 없어 극도로 건조하다.
하지만 인근 항구도시 이키케와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생활 기반은 점차 안정되고 있다.
3. 알토 오스피시오 형성과 성장배경
알토 오스피시오는 원래 이키케 외곽의 고산 지대에 불과했으나, 1980년대 이후 광업 붐과 함께 인구가 증가하고,
사회주택(Social Housing)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도시로 부상하게 되었다.
특히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이주한 주민들의 정착이 많아지며, 도시 문화는 다문화적 성격을 띄게 되었고, 현지에서는 ‘노동자의 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시 형성에는 정부의 인프라 확장과 교육시설 투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앞으로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도시들과 비교도 하겠지만 칠레는 북부에는 원주민들과 얼굴색이 짙은 사람들이 많고 남쪽으로 내렬갈수록 유럽에서 이민온 이민자들의 모습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된다.)
4. 일상의풍경
고도가 높고 일조량이 많은 탓에 알토 오스피시오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많은 주민들이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이키케로 출근하며, 거리는 출근 차량과 통학버스로 붐빈다.
시내 중심가는 행정청사와 상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택가 대부분은 주거 단지 형식으로 계획되어 있다.
시장과 거리 상점에서는 볼리비아식 감자요리, 칠레식 엠파나다, 페루식 세비체가 공존하고 있어 도시의 다채로운 정체성을 보여준다.
5. 인터뷰 – 볼리비아이민자 상인 파블로의 이야기
“이 도시는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어요. 우리는 그 일부예요.”
— 파블로, 페루 출신 거리 상인
파블로는 10년 전 페루에서 넘어와 알토 오스피시오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물도 없고 길도 없는 벌판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가게가 있고 아이는 현지 학교에 다닌다.
“여기는 따뜻하진 않지만, 받아주는 곳이에요.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어요.”
그에게 알토 오스피시오는 기회의 도시이자, ‘포기하지 않는 삶’의 상징이다.
6. 도시의도전과과제
급속한 도시 확장에 비해 인프라와 치안, 교육·보건 서비스는 아직도 부족하다.
일부 지역은 빈곤율이 높고, 청소년 범죄나 마약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쉽지만 베네수엘라에서 넘어 온 불법 이민자들은 갱을 형성해서 사회곳곳에서 암적으로 활동하면서 칠레 북부는 치안이 굉장히 불안해진게 사실이다. 베네수엘라인들만을 탓할건 아니지만 확실히 뿌리가 없고 애향심이 없는 뜨내기들이 많이 모여있다보니 아무래도 긴장감이 어느곳보다 더 팽배해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지방정부는 청소년 문화센터, 직업훈련학교, 지역 축제 등을 통해 공동체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지대 녹화 사업’이나 ‘태양광 에너지 시범 마을’도 추진 중이다.
7. 방문자정보
• 이키케에서 차량으로 15~20분 소요 (가파른 언덕길 주의)
• 대중교통: 미크로(버스), 합승택시(꼴렉띠보) 운행
• 볼거리: 사막 전망대, 지역 시장, 야외 벽화 거리
• 주의 사항: 해 지기 전 귀가 권장, 음료 및 자외선 차단 필수
• 숙소: 이키케에서 숙박하고 당일치기 방문 추천
8. 마무리 – 보이지않는 풍경속 진짜도시
알토 오스피시오는 칠레의 여느 여행지처럼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곳엔 현실을 버티는 사람들이 있고, 흙먼지를 마시며 내일을 일구는 작은 상점들과 아이들의 웃음이 있다.
사막의 바람은 차갑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도시는 여행자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나는 화려하지 않아. 그렇지만 진짜야.”